리브레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혈당을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편했다.
예전에는 손끝 채혈로 순간 숫자만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 혈당이 오르는 중인지 내려가는 중인지 감으로만 짐작해야 했다. 그런데 연속혈당기를 사용하고 나서는 그래프가 생겼고, 하루 동안 혈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흐름 자체를 볼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특히 식사 후 혈당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 새벽에는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까지 보이니까 이제야 내 몸 상태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래프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는 날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숫자 하나보다 더 스트레스였던 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그래프였다. 열심히 인슐린 맞고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혈당은 계속 치솟고, 뒤늦게 추가 인슐린을 맞으면 몇 시간 뒤 저혈당으로 다시 떨어지는 흐름이 반복되는 날들이 있었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가 계속 이어지는 날은 하루 종일 머릿속이 혈당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혈당 그래프를 보면서 가장 멘탈이 흔들렸던 순간들과, 혈당 스파이크와 저혈당 사이에서 반복됐던 악순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
처음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식후 혈당이 조금 높게 올라가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리브레 그래프를 계속 보다 보니까 스파이크는 단순히 숫자가 높게 찍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식사 전에 피아스프를 맞고 밥을 먹었는데도 혈당이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 올라가다가 떨어지겠지 싶었다. 그런데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그래프가 계속 위를 향하고 있었다.
리브레 숫자가 250을 넘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진짜 집중이 안 된다. 몸도 무겁고 머리도 멍한데, 그래프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까 하루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빵이나 떡, 면처럼 탄수화물 흡수가 빠른 음식을 먹은 날에는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분명 식사 전에 초속 인슐린을 맞았는데도 혈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는 날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인슐린 맞는 타이밍도 꽤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어떤 날은 음식 나오기 직전에 급하게 맞고 바로 먹었는데 혈당이 엄청 튀었고, 반대로 조금 미리 맞았을 때는 그래프가 덜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매번 패턴이 똑같지 않다는 점이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혈당이 미친 듯이 올라간다. 수면 상태나 스트레스, 몸 컨디션까지 전부 영향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밥 먹는 시간이 즐겁기보다 긴장되는 순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추가 인슐린
혈당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특히 250 이상 올라가기 시작하면 리브레를 몇 분 간격으로 계속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추가 인슐린을 맞게 되는 날들이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처음 추가 인슐린을 맞을 때는 빨리 혈당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미 몸 안에 들어가 있던 피아스프가 늦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추가로 맞은 양까지 겹치면서 몇 시간 뒤 저혈당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 그런 일이 많았다. 식후 혈당이 계속 올라가니까 불안해서 추가로 맞았는데, 새벽 가까워질 때 갑자기 혈당이 확 떨어지는 식이었다. 실제로 새벽에 식은땀 흘리면서 깬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리브레 알람 소리에 눈 떴는데 혈당 그래프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는 걸 보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결국 냉장고 열어서 야쿠르트 마시고, 포도당캔디 먹고, 다시 혈당 확인하고. 결국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냥 뜬 눈으로 지샌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그렇게 저혈당을 막고 나면 또 이후 혈당이 튀는 경우가 있었다. 한동안은 그 흐름이 진짜 반복됐다.
고혈당 올라가면 불안해서 추가 인슐린 맞고, 이후 저혈당 와서 급하게 먹고, 다시 혈당 올라가고. 리브레 그래프를 보면 거의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날들도 있었다. 그때는 숫자 자체보다 “내가 지금 조절을 못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더 힘들었다.
혈당 그래프
리브레를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혈당 그래프가 생각보다 사람 멘탈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손끝 채혈 숫자 하나만 보고 지나갔던 순간들도, 지금은 하루 전체 흐름이 전부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오히려 계속 확인하게 된다. 밥 먹고 몇 분 뒤에는 어떻게 올라가는지, 운동 후에는 언제 떨어지는지, 새벽에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계속 보게 된다. 문제는 그래프가 계속 좋지 않게 움직이는 날이다. 특히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괜히 스스로를 계속 탓하게 된다. 왜 이렇게 조절을 못하지 싶고, 왜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유지가 안 되는지 비교하게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형 당뇨는 정말 변수가 많았다.
같은 음식 먹어도 다르고, 같은 양의 인슐린을 맞아도 몸 반응이 매번 달랐다. 잠을 못 자도 흔들리고, 스트레스 받아도 흔들리고, 운동 타이밍이 달라져도 그래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처럼 숫자 하나에만 매달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혈당 스파이크가 길게 이어지면 아직도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프가 계속 위로 솟아 있는 걸 보고 있으면 하루 기분까지 가라앉는 날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급하게 잡으려고 하기보다, 왜 이런 흐름이 나왔는지를 같이 보려고 한다.
음식 때문인지, 인슐린 타이밍 문제인지, 몸 상태 영향인지 조금 더 천천히 보게 됐다. 리브레 그래프는 편리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루 종일 혈당을 의식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1형 당뇨에서는 혈당 숫자 하나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날 컨디션과 기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그래프가 심하게 흔들리는 날이면 괜히 마음까지 같이 흔들리지만, 결국 그 데이터들을 계속 보면서 내 몸 패턴을 배우는 중이다.
아마 혈당 관리는 완벽하게 맞추는 게 아니라, 계속 조절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에 더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