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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당 올라가는 날 반복되던 멍한 느낌과 집중 안 되던 시간들

by 란로그 2026. 5. 23.

1형 당뇨를 진단받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단순히 숫자 자체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혈당이 높게 나오면 몸에 어떤 큰 증상이 바로 나타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서서히 멍해지는 느낌이 먼저 왔다. 몸이 무거워지고 집중이 흐려지는데도 처음에는 그게 고혈당 때문이라는 걸 잘 연결하지 못했다.

특히 생활패턴이 무너진 날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은 뒤에는 그런 느낌이 더 자주 올라왔다.

리브레를 보기 전까지는 그냥 피곤한 줄 알았던 날들도 많았다. 그런데 혈당 그래프를 확인하면 250 이상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머릿속까지 뿌옇게 흐려지는 느낌이 같이 따라왔다. 한동안은 그 감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졸린 것도 아닌데 집중이 안 되고, 몸이 붕 뜬 느낌인데 또 완전히 아픈 것도 아닌 상태였다. 문제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멘탈까지 같이 가라앉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되는 날은 하루 전체 컨디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겪었던 고혈당 상태에서의 멍한 느낌과, 생활패턴이나 음식 이후 혈당이 높게 올라갔을 때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기록해보려고 한다.

고혈당 올라가는 날 반복되던 멍한 느낌과 집중 안 되던 시간들
고혈당 올라가는 날 반복되던 멍한 느낌과 집중 안 되던 시간들

혈당 스파이크 이후 멍한 상태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늦게 자고 생활패턴이 계속 밀려 있던 시기라 몸이 무거운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식후 혈당이 크게 올라간 뒤 유독 멍해지는 느낌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특히 빵이나 면처럼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음식을 먹은 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짜장면이나 떡볶이를 먹고 나면 처음에는 그냥 배부른 느낌 정도인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머리가 묘하게 둔해지는 날들이 있었다. 눈은 떠 있는데 집중이 안 되고, 핸드폰 화면을 계속 보고 있어도 내용이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졸음이 몰려오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 상태에서 리브레를 확인하면 혈당이 250 이상 올라가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한 번은 밤늦게 떡 한조각과 주스를 같이 먹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피아스프를 맞긴 했지만 생활패턴 자체가 완전히 밀려 있던 시기라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먹고 난 뒤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점점 늘어지는 느낌이 올라왔다.

그 상태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고 머리 회전도 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리브레를 확인했는데 혈당이 거의 300 가까이 올라가 있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더 멘탈이 흔들렸다.

몸이 무겁고 멍한 상태 자체도 힘든데, 그래프까지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으면 괜히 하루 전체를 망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갈증과 무기력

고혈당 상태에서 가장 자주 느꼈던 건 갈증이었다. 물을 마셔도 계속 입이 마르고, 목 안쪽까지 텁텁한 느낌이 남는 날들이 있었다.

특히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된 날은 물을 계속 마시게 되는데도 몸은 개운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그 상태가 길어지면 몸 전체가 무기력해진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고혈당이라고 하면 그냥 숫자만 높은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몸 컨디션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에 가까웠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 이후 멍한 느낌이 올라오는 날은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다. 원래 하려고 했던 일도 자꾸 미루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계속 핸드폰만 멍하게 보게 되는 날들도 있었다.

한동안은 그게 단순히 게으른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리브레 그래프를 계속 보다 보니까 몸 상태랑 혈당 흐름이 꽤 연결돼 있다는 걸 점점 느끼게 됐다. 특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고혈당까지 겹친 날은 진짜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심했다. 아침 7시쯤 겨우 잠들고 낮에 일어났는데 공복혈당이 이미 높게 떠 있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은 눈 뜨는 순간부터 머리가 맑지 않았고, 몸에 힘도 잘 안 들어갔다.

거기에 식사 이후 혈당까지 다시 튀면 하루 전체가 흐릿하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생활패턴과 혈당 흐름

1형 당뇨를 관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혈당이라는 게 단순히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고혈당이 반복되는 날은 몸 상태뿐 아니라 감정까지 같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집중도 안 되고 몸은 무거운데, 리브레 그래프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으면 괜히 스스로를 계속 탓하게 되는 날들도 있었다. 왜 이렇게 조절이 안 되는지, 왜 또 혈당이 튀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늦게 자는 생활패턴, 긴 공복시간, 야식, 부족한 수면 같은 것들이 겹치면 혈당 흐름이 훨씬 불안정해지는 날들이 많았다.

특히 밤늦게 탄수화물 위주로 먹은 날은 이후 혈당 스파이크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멍한 느낌도 더 심하게 올라왔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혈당 숫자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몇 시에 잠들었는지, 야식을 먹었는지, 수면시간은 어땠는지까지 같이 보게 됐다. 물론 지금도 혈당이 크게 튀는 날은 있다.

피아스프를 맞고 먹어도 예상보다 훨씬 올라가는 날이 있고, 생활패턴이 무너지면 공복혈당부터 흔들리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이유도 모른 채 멍하게 지나가지는 않게 됐다. 적어도 몸이 왜 이런 상태인지 조금씩 연결해서 보게 됐기 때문이다.

아마 1형 당뇨 관리는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계속 배우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고혈당 상태에서 반복되던 멍한 느낌 역시, 내 몸이 보내고 있던 꽤 분명한 신호 중 하나였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