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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5형에서 지금은 1형 당뇨로 첫 진단을 받은 날

by 란로그 2026. 5. 26.

돌이켜보면 몸은 이미 꽤 오랫동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그게 1형 당뇨 증상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도 물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고, 건강검진에서도 당뇨 전단계 이야기를 들은 적조차 없었다. 만성 위염 말고는 딱히 큰 병원 신세를 져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내 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갈증이 이상할 정도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날씨 때문인가 싶었다.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고, 회사에서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입이 마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갈증은 점점 심해졌다. 정말 연가시처럼 물을 계속 찾게 됐다.

회사 책상 위에 1.5리터짜리 오렌지주스를 올려두고 거의 물처럼 마셨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렇게 마시는 양이 늘어날수록 화장실 가는 횟수도 같이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특히 새벽이 힘들었다.

자는 도중 계속 깨서 화장실을 가야 했고,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밤잠이 계속 끊기니까 몸 상태도 급격하게 무너졌다. 아무리 자도 피곤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고, 회사에서도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 시기에는 그냥 내가 너무 피곤한 줄만 알았다. 그게 결국 중환자실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처음 1.5형에서 지금은 1형 당뇨로 첫 진단을 받은 날
처음 1.5형에서 지금은 1형 당뇨로 첫 진단을 받은 날

엄청난 갈증과 체력 저하

처음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갈증이었다.

원래 물 자체를 잘 안 마시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목이 말랐다. 물을 마셔도 시원한 느낌이 오래가지 않았고, 입안이 계속 마르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특히 오렌지주스, 식혜를 정말 많이 마셨다. 평소 달달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 때는 달달한 음료를 미친듯이 마셨었다.

지금 생각하면 혈당 입장에서는 최악에 가까운 선택이었겠지만, 그때는 몸이 계속 단 걸 찾고 있었다. 회사 책상 위에 큰 오렌지주스를 올려두고 계속 마시는데도 갈증은 잘 해결되지 않았다.

그 시기에는 체중도 빠르게 빠졌다. 사실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던 중이라 그 때문에 살이 빠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몸 상태가 너무 이상해졌다. 몸무게는 급속도로 빠져서 한달 사이에 6키로가 빠졌다. 계속 피곤했고, 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차는 느낌이 들었다. 밤에는 몇 번씩 화장실 때문에 깨야 했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뇨를 의심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그냥 피곤한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고, 나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당뇨 전단계 판정을 받은 적도 없었고, 가족력이 강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 상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움직이는 것도 아니 숨 쉬는 것도 힘든 기분이 들었고, 몸에 힘이 너무 빠져서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든 느낌이 들었다.

중환자실과 첫 진단

결국 나는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그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흐릿하다. 사실 병원에 도착해서 중환자실 들어가 있다가 일반 병실로 이동할 때까지 내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띄엄띄엄 순간순간이 쇼츠 영상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몸이 너무 망가져 있었고 정신도 제대로 들지 않는 상태였다. 나중에 들으니 당뇨성 케톤산증 상태가 꽤 심각했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누워 링겔 갯수를 세어보았는데 6,7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양쪽 팔에 계속 링겔이 연결돼 있었고, 꼬박 2~3일 동안 거의 누워만 있었다. 그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무서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건 갑자기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일반 병실로 옮겨졌을 때는 1.5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그때는 솔직히 이 병이 앞으로 내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그냥 약 먹고 관리하면 되는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점점 달라졌다.

결국 4년 정도 지나고 나서는 완전히 1형 당뇨로 넘어갔다. 인슐린 분비 기능은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직접 주사를 맞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믿기지 않는다.

멀쩡하게 회사 다니고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인슐린과 우울감

처음에는 우울감이 정말 심했다. 병원에서 당뇨 교육을 듣는데도 머릿속이 멍했고,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그 현실이 갑자기 너무 크게 다가왔다.

냉장고에 인슐린을 넣어두고, 외출할 때마다 주사기를 챙기고, 식사 전에 혈당부터 확인해야 하는 생활이 갑자기 시작된 것이다.

특히 저혈당 이야기가 가장 무서웠다. 병원에서 저혈당 쇼크 위험성 이야기를 듣는데 괜히 겁이 났고, 실제로 처음 저혈당을 겪었을 때는 공포감이 정말 컸다. 내가 찾을 수 있는 당뇨병에 대한 모든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카페 가입도 하고 블로그 글도 보고, 책도 사서 보면서 지금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주사를 찌르는 생활은 생각보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배에 멍이 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주사 자체가 너무 하기 싫어서 한참을 망설인 적도 있었다. 특히 우울감이 심했던 시기에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날들도 많았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계속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담당 교수님께도 원인을 계속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교수님은 원인을 찾으려고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 어떤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처음에는 되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명확한 답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막막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하필 나였을까 싶은 순간들.

그래도 이제는 예전처럼 그 질문 안에 오래 머물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이미 시작된 삶이고, 결국 나는 이 몸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혈당 때문에 흔들리는 날이 많고, 주사 맞는 생활이 지칠 때도 있다. 그래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형 당뇨는 내 인생을 정말 많이 바꿔놓았다.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놓았던 내 몸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순간순간 좌절감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