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를 관리하면서 가장 자주 무너졌던 순간 중 하나가 배달앱을 켰을 때였다.
특히 몸이 피곤한 날이나 늦게까지 깨어 있는 날은 직접 뭘 해 먹는 것 자체가 너무 귀찮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달앱부터 열게 되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배달음식이 혈당 입장에서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먹고 싶은 걸 시켰다. 치킨, 떡볶이, 마라탕, 돈까스 같은 메뉴들을 별생각 없이 주문했고, 먹고 나면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런데 리브레를 사용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배달음식 이후 혈당 그래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너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밤늦게 먹은 배달음식은 혈당 스파이크가 오래가는 경우가 많았다.
피아스프를 맞고 먹어도 생각보다 훨씬 오래 올라가 있었고, 이후 추가 인슐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새벽 저혈당으로 이어지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덜 흔들리는 메뉴들을 찾게 됐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건강식만 먹는 건 아니다. 가끔은 치킨도 먹고, 야식으로 라면 생각나는 날도 있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하기보다는, 적어도 내 혈당이 상대적으로 덜 흔들렸던 음식들이 어떤 조합이었는지는 조금씩 알게 됐다.
오늘은 실제로 여러 번 먹어보면서 혈당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배달음식들과, 반대로 유독 크게 흔들렸던 메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마라탕과 떡볶이 이후 혈당 그래프
처음에는 배달음식이 왜 이렇게 무서운지 잘 몰랐다. 그냥 음식 양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리브레 그래프를 보다 보니까 단순히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음식 종류 자체가 혈당 흐름에 꽤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점점 느끼게 됐다.
특히 떡볶이는 정말 예측이 어려웠다. 먹을 때는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도 혈당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다. 떡 자체도 문제였지만, 달달한 양념이 같이 들어가다 보니까 생각보다 혈당 스파이크가 크게 오는 날들이 많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피아스프를 맞고 먹어도 혈당이 계속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었고, 추가 주사를 고민하다가 타이밍이 애매해지는 날들이 많았다.
마라탕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채소가 많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막상 먹다 보면 옥수수면이나 분모자, 당면 같은 것들이 꽤 많이 들어가게 된다. 특히 배달 마라탕은 국물까지 자극적인 경우가 많아서 먹고 나면 갈증도 심하게 올라왔다.
한 번은 밤늦게 마라탕을 시켜 먹고 잠들었는데, 새벽 내내 물 마시러 깨고 리브레 확인하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잔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배달음식도 메뉴 자체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덜 흔들렸던 메뉴
생각보다 괜찮았던 건 의외로 단순한 음식들이었다. 특히 샤브샤브는 여러 번 먹어보면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느꼈던 메뉴 중 하나였다. 물론 칼국수나 죽까지 다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고기랑 채소 위주로 먹은 날은 혈당 그래프가 상대적으로 덜 출렁였다.
회 종류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처음에는 회만 먹으면 금방 허기질 줄 알았는데, 막상 단백질 위주로 먹고 나면 생각보다 포만감 유지가 오래가는 날들이 있었다. 대신 초밥처럼 밥이 같이 들어간 메뉴는 양 조절을 꽤 신경 써야 했다.
보쌈도 의외로 괜찮았다. 예전에는 보쌈 먹을 때 막국수까지 같이 시켰는데, 이후부터는 고기랑 쌈 위주로 먹는 방식으로 조금 바꿨다. 그렇게 먹은 날은 적어도 떡볶이나 치킨 먹은 날처럼 혈당이 급하게 솟는 느낌은 덜했다.
그리고 요즘은 샐러드 전문 배달도 자주 시키게 됐다. 예전에는 샐러드만 먹으면 금방 배고파져서 결국 야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닭가슴살이나 계란, 아보카도처럼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간 메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엇보다 먹고 난 뒤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샐러드는 특히 포만감도 오래 가서 자주 시켜 먹게 되었다.
혈당이 크게 튀는 날은 몸도 같이 멍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메뉴를 먹은 날은 그런 흐름이 덜했다.
배달앱과 생활패턴
솔직히 지금도 배달앱은 위험하다. 특히 늦게까지 깨어 있는 날은 판단력이 약간 느슨해지는 느낌이 있다. 원래는 가볍게 먹으려고 들어갔다가도 결국 치킨이나 자극적인 메뉴를 누르고 있는 날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은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밤늦게 먹고, 혈당 올라가고, 리브레 계속 확인하고, 추가 주사 고민하다가 잠드는 시간이 밀리는 패턴이다. 그래서 요즘은 배달앱을 켤 때도 예전이랑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먹고 난 뒤 내 몸 상태가 어떨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특히 다음날 일정이 있거나 잠을 제대로 자야 하는 날은 더 조심하게 된다. 한 번 혈당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몸 상태 자체가 하루 종일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완벽하게 관리하는 건 어렵다. 가끔은 스트레스 때문에 야식 시키는 날도 있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날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어떤 음식이 내 혈당을 오래 흔드는지는 조금씩 알게 됐다.
1형 당뇨를 관리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결국 금지보다 기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무조건 안 먹겠다고 버티는 것보다, 어떤 음식이 내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계속 보는 과정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을 다 가리다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점점 없어지고 결국 폭식으로 이어지는 경험이 계속되었다.
배달음식 역시 결국 그런 기록들 속에서 조금씩 내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사와 배달 메뉴를 그 동안의 기록들을 토대로 계획하여 먹고 있다.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 이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