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를 진단받고 나서 제일 스트레스 받았던 숫자 중 하나가 아침 공복혈당이었다.
전날 저녁도 조심해서 먹었고, 야식도 안 먹었는데 아침에 눈 떠서 리브레 확인하면 180, 200 이렇게 찍혀 있는 날들이 계속 있었다.
처음에는 진짜 이해가 안 됐다.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왜 올라가 있지?”, “잠자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생각을 진짜 수도 없이 했다. 특히 밤에 혈당 괜찮게 자면 더 억울하다.
자기 전에 120~140 정도로 안정적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갑자기 200 가까이 올라가 있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겪었던 아침 공복혈당 이야기와, 왜 이런 현상이 계속 생기는 건지 몸으로 느끼게 된 과정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자기 전 혈당이 괜찮았는데 아침에 200이 찍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밤에 뭘 먹어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저녁 양도 줄여보고, 탄수화물도 줄여보고, 늦게 먹지 않으려고 엄청 신경 썼다. 근데 이상하게도 공복혈당은 쉽게 안 내려갔다. 오히려 어떤 날은 진짜 억울했다.
샐러드 먹고 잤는데도 아침 혈당이 높게 나오는 거다. 그때부터 조금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왜 혈당이 올라가 있지? 처음에는 리브레 센서 오류인가 싶어서 손끝 채혈도 해봤다.
근데 비슷했다. 그리고 더 신기했던 건, 새벽 시간대 그래프를 보면 내가 자는 동안 천천히 혈당이 올라가는 날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새벽 4~6시쯤부터 스르르 올라가는 패턴. 처음에는 그 그래프 보면서도 잘 이해가 안 됐다. 분명 자는 동안인데 왜 올라가지?
그때 처음 알게 된 게 새벽 호르몬 이야기였다. 사람 몸이 아침에 깨기 전에 코르티솔이나 성장호르몬 같은 걸 분비하면서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 처음엔 “그게 그렇게까지 올라간다고?” 싶었는데, 내 그래프가 딱 그 패턴이었다. 특히 잠을 늦게 자거나 피곤한 날은 공복혈당이 더 높게 나오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단순히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저녁 음식보다 더 영향을 줬던 수면과 스트레스
나는 예전에는 공복혈당이 오로지 저녁 메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녁 먹고 나면 괜히 탄수화물 양부터 계속 계산했다.
근데 몇 달 동안 리브레 그래프를 보다 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잠을 늦게 자거나, 스트레스 심했던 날, 혹은 저혈당으로 새벽에 한 번 깼던 날 아침 혈당이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새벽 저혈당 이후 반동처럼 올라가는 날은 진짜 멘탈 흔들렸다. 새벽에 저혈당 와서 야쿠르트 먹고 다시 잤는데, 아침에 240 찍혀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럼 또 아침부터 기분이 확 다운된다.
“아 또 망했다…”
이 생각부터 들었다. 근데 병원에서도 그렇고 당뇨 오래 관리한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저혈당 이후 반동혈당이 생각보다 흔하다고 한다. 몸이 저혈당을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간에서 포도당을 확 뿜어내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왜 새벽 이후 혈당이 튀는 날들이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그리고 수면 패턴도 진짜 영향 많이 받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인데, 특히 새벽까지 안 자고 있던 날들은 아침 혈당이 더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하면 혈당도 같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공복혈당 높게 나왔다고 무조건 전날 음식부터 자책하지는 않게 됐다. 물론 음식 영향도 있지만, 몸 상태 전체가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계속 느끼는 중이다.
하루 기분을 흔들던 공복혈당 숫자
솔직히 한동안은 아침 혈당 숫자 보는 게 무서웠다. 눈 뜨자마자 리브레부터 확인하는데 숫자 높게 찍혀 있으면 하루 시작부터 기분이 가라앉았다.
“오늘도 실패했네.”, “왜 이렇게 안 잡히지?” 그 생각이 진짜 반복됐다.
특히 SNS나 커뮤니티 보면 공복혈당 90~100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거 보면 괜히 더 조급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어렵지 싶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1형 당뇨는 정말 변수가 많다는 걸 계속 느끼게 됐다.
같은 음식 먹어도 다르고, 같은 인슐린 맞아도 다르고, 같은 시간에 자도 몸 상태 따라 반응이 달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왜 이 숫자가 나왔을까?”를 조금 더 관찰하게 됐다. 전날 잠은 어땠는지, 새벽에 저혈당은 없었는지, 스트레스 심한 날이었는지, 운동했는지. 그걸 같이 보기 시작하니까 공복혈당 패턴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잠을 너무 늦게 자면 다음날 혈당이 더 흔들리는 편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완벽하게 조절하려고 하기보다, 내 몸 패턴을 알아가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아침 혈당 높게 나오면 속상하다. 그 숫자 하나 때문에 하루 시작 기분이 달라질 때도 있다. 근데 예전처럼 무조건 자책부터 하지는 않게 됐다.
공복혈당은 단순히 “어제 뭘 먹었는가”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형 당뇨는 진짜 하루하루 몸 데이터를 직접 배우면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리브레부터 확인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숫자 하나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계속 연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