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슐린 펜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병원에서 설명 들을 때는 솔직히 머릿속이 거의 비어 있었다.
지속형 인슐린이 있고, 식사 인슐린이 있고, 몇 단위를 맞아야 하고, 혈당에 따라 조절해야 하고… 설명은 계속 이어지는데 당시에는 그걸 내가 실제로 하게 될 거라는 감각 자체가 잘 안 왔다.
집에 돌아와서 책상 위에 올려둔 인슐린 펜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모든 게 낯설었다.
주사 맞는 것도, 혈당 숫자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는 것도, 밥 먹기 전에 계산해야 하는 것도 전부 처음이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인슐린은 트레시바와 피아스프다.
트레시바는 하루 한 번 맞는 지속형 인슐린이고, 피아스프는 식사 전에 맞는 초속효성 인슐린이다.
처음에는 이름도 어렵고 둘의 차이도 잘 몰랐는데, 몇 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이제는 이 두 인슐린이 하루 흐름 자체를 결정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트레시바와 피아스프 이야기를 생활 속 경험 위주로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트레시바
트레시바는 지금 내 하루 루틴의 시작 같은 존재다.
나는 보통 오전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혈당부터 확인하고, 물 한 잔 마신 다음 트레시바를 맞는다.
예전에는 외출 전에 화장품 챙기고 옷 고르는 게 먼저였다면, 지금은 인슐린 맞는 시간이 하루 리듬을 정하는 느낌에 더 가깝다.
처음에는 지속형 인슐린이라는 개념 자체가 되게 어렵게 느껴졌다. 식사 인슐린은 그래도 이해가 쉬웠다. 먹으니까 맞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데 트레시바는 밥과 상관없이 매일 일정하게 몸에 들어가야 하는 인슐린이라 처음에는 존재감이 애매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 인슐린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특히 공복혈당 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시기에 그걸 정말 많이 느꼈다. 전날 저녁도 조심해서 먹고 잤는데 아침에 혈당이 180, 200 이렇게 찍혀 있는 날들이 계속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왜 올라가 있지?”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래서 자기 전 혈당도 계속 확인하고, 저녁 메뉴도 바꿔보고, 야식도 끊어봤는데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지속형 인슐린 용량과 시간 이야기를 계속 조정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트레시바 영향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지속형 인슐린은 하루 이틀 만에 바로 결과가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서 더 어려웠다.
숫자 하나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괜히 더 예민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트레시바는 새벽 저혈당 패턴이랑도 연결돼 있어서 밤 혈당 흐름까지 계속 신경 쓰게 만들었다.
나는 몇 번 새벽에 식은땀 흘리면서 깬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자기 전 혈당 숫자 하나에도 괜히 긴장하게 됐다.
같은 양을 맞아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새벽에 혈당이 떨어진다. 그래서 1형 당뇨는 정말 매일 몸 상태가 다르다는 걸 계속 느끼게 된다.
피아스프
피아스프는 트레시바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인슐린이다. 밥 먹기 전에 맞아야 하는 인슐린이라 하루에도 여러 번 계속 생각하게 된다. 특히 외식할 때 가장 어렵다. 처음에는 탄수화물 계산도 잘 못했고, 어느 정도를 맞아야 하는지도 감이 없었다.
그래서 밥 먹고 혈당이 300 넘게 올라간 적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 많이 맞아서 저혈당이 온 적도 있었다. 지금도 완벽하게 맞추는 건 어렵다. 특히 피아스프는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이라 타이밍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한 번은 식당에서 음식 빨리 나올 줄 알고 미리 맞았는데 주문이 밀려서 음식이 한참 안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진짜 식은땀 났다.
괜히 손끝 차가워지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외식하면 음식 나오는 속도까지 보게 된다.
그리고 피아스프는 음식 종류에 따라서도 체감 차이가 꽤 컸다. 빵이나 떡처럼 빨리 올라가는 음식은 혈당이 진짜 순식간에 치솟고, 면 종류는 뒤늦게 올라올 때도 많았다. 그래서 식사 후 리브레 그래프를 계속 보게 된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떨어지지?” , “이 음식은 생각보다 오래 가네?”
이런 걸 계속 체크하게 된다. 가끔은 밥 먹는 게 아니라 실험하는 기분 들 때도 있다. 그리고 피아스프 맞다 보면 은근 스트레스인 순간도 있다. 특히 정신없이 밖에 돌아다니다가 식사하면 “내가 아까 몇 단위 맞았지?” 순간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맞고 나면 일부러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긴장감이 하루에 계속 반복된다.
인슐린 루틴
1형 당뇨가 생기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생활 전체가 인슐린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 점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배고프면 먹고, 늦게 자고, 갑자기 야식 먹고 그런 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밥 먹는 시간, 운동, 수면, 외출까지 전부 혈당과 연결된다.
특히 인슐린은 단순히 약이라는 느낌보다 생활 패턴 자체를 바꾸는 존재에 더 가까웠다. 나는 외출할 때도 항상 인슐린부터 챙긴다.
핸드폰보다 먼저 확인할 때도 있다. 가방 안에 피아스프 펜 있는지, 주사바늘 남았는지 계속 체크하게 된다.
그리고 웃긴 건 편의점 지나가면 야쿠르트나 초코우유 위치부터 보게 된다는 점이다. 저혈당 몇 번 크게 겪고 나니까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안전장치를 찾게 된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흘러가던 일상들이 지금은 전부 계산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달라진 것도 있다. 처음에는 인슐린 자체가 너무 무섭고 낯설었는데, 지금은 “내 몸을 유지해주는 도구”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물론 아직도 혈당이 흔들리면 스트레스 받는다. 특히 공복혈당 높게 나오거나 저혈당 반복되면 하루 기분까지 흔들릴 때도 많다. 그런데 결국 트레시바와 피아스프 덕분에 지금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느낀다.
1형 당뇨는 쉬운 병이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다르고, 같은 인슐린을 맞아도 몸 반응이 매번 달라진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계속 배우게 된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트레시바를 맞고, 밥 먹기 전에는 피아스프를 꺼내겠지만 아마 그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적응 중일 것 같다.